군 복무 시절, 나를 살렸던 심리학 서적들.. 메모…
2010-08-23 21.32.43
‘증오의 기술’을 읽으며 다시 한 번 심리학 책을 읽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제가 심리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시절 컴퓨터에 관련한 서적을 찾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 한 권의 심리학 책 때문이었습니다.
책에는 저가 느끼는 아픔의 매커니즘을 설명하고 있었고 그 이유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아픔의 이유를 아는 것은 곧 그 치유 방법을 알 수 있게 해 줍니다. 적어도 ‘구원’에 가까운 메시지를 들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사춘기 시절에 가출을 하거나 자살 충동으로부터 조금은 편해질 수 있었다고 봅니다.
어릴적부터 ‘부모 있는 고아’로 살아 온 저의 심리적 외상과, 폭력에 시달리며 살아온 저에게 부모를 증오하는 마음은 그 자체로 스스로 상처를 입히게 하는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부모를 증오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터부시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답지 못한 행동(폭력, 폭언)을 한 부모에게도 이 룰이 적용되고 있지요.
이 책에서는 가해자가 사랑하는 사람이나 부모였을 때 내가 당한 아픔을 ‘피해’로 인식하고, 그를 미워하더라도 죄책감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 줍니다.
사실 심리학 서적들을 접하기 전만 하더라도 저 자신의 진정한 욕망이라든지, 무엇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알 수 없었습니다. 시간이 흐른 지금은 적으나마 무엇이 나를 괴롭히는지에 대해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 자신이 비인간적인 부모로 인해 고통을 받고 또 계속적인 아픔에 빠져든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적어도 다른 사람들은 같은 이유로 고통을 받지 않게 하고 싶다는 열망이 커져만 갔습니다.
자신의 현재 심리상태나 죄악감, 아픔들을 ‘인지’하기 시작하면 심리학에서 말하는 치료에 조금은 가까워질 수 있다고 합니다. 무력감에 빠지거나 심하면 우울증에서 자살까지 이르게 되는 무서운 심리적 문제는 사실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비만’보다 훨씬 파괴력 있는 질병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다른 심리학 서적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사람들과의 상담 사례를 들려주면서 내용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포함되어 있는 사례들의 수가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지만, 제가 겪고 있는 심리적 문제가 부모와의 아픔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초~중반 이후까지 나오는 비슷한 사례들과 저의 심리 상태를 비추어 동기화 해 보니 조금은 자책감이나 잘못된 환상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고 봅니다.
생활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행하게 되는 일련의 행동들, 그리고 깊숙히 내제된 마음의 상처에서 오는 여러 문제(대인관계에서부터 병에 이르기까지)를 평생 깨닫지 못하고 자신만 책망하며 사는 분들이 많습니다. 심리학적 치료가 사회적으로 터부시(정신병원…) 되는 현재 한국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심리 치료는 우선 가볍게 접할 수 있는 ‘심리학 도서’에서 부터 시작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으로 인해 심리적인 아픔을 겪고 있는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접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 가치를 남의 손에 맡겨놓은 경우 나는 철저하게 그의 가치평가에 종속됩니다. 이것은 가까운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를 황폐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습니다.
남이 나를 사랑할 때에만 내가 사람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굳게 믿는다면, 그들의 호의를 잃지 않게 하려고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을 것 아니겠습니까?
무슨 일이든 ‘예, 옳습니다’를 연발하면서 남이 나에게 요구하는 것을 수행하느라 정신이 없겠지요.
간단히 말해, 나는 자기 자신을 남의 노예로 만들어 놓고 스스로 그의 신발 흙털개 역할을 하려는 셈이 된다는 말입니다.
인용: 자기를 믿지 못하는 병
공부는 즐겁다. 나도 몰랐던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도 있고 내가 그동안 옳다고 굳게 믿어 왔던 편견이나 망상들을 다시 한번 검토하게 해 주니까 말이다. 특히나 성공학이나 인간 관계에 얽힌 내용의 심리학 책이 많은데 그런 책들은 너무도 흔하고 쉽게 말을 툭툭 던지는 경향이 있어서 크게 신뢰하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괜찮다고 느낀 것은 미국/유럽 등의 정통 심리학 책이다. 이 책들은 심리적인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거나 잘못된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때 구체적인 ‘치료’방법을 제공해준다. 하지만 내가 해당하는 경우에 대한 답들을 듣더라도 완전 치료까진 힘들고 조금은 굴레를 벗어나게 해 주니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덧. 억지로(?) 블로그 글을 쓰는 것도 하나의 강박관념 때문일까. 내 생각으로 이에 대한 치료법은 얼른 글을 쓰고 컴퓨터를 끄는 것 밖에 없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