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장님과 점심

오랫만이라서 그런지 너무 좋아하셨다. 나도 좋았다. 여러 모로 걱정을 많이 해 주시고 계셨음. 이런 시간에 나와도 되냐며 계속 물어보심. 없는 살림(…)에 겁없이 준비한 Fitbit Flex를 하나 나누어 드리고 싶어서 찾아뵘. 전날에는 괜찮은 디자인을 한 엽서도 한 장 준비. 어려운 시절을 함께한 소중한 분께 드리는 작은 보답. 몸이 안좋으시다고 해서 건강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웨어러블 기기를 골랐다.

출판업계의 한계, 평소에 어떻게 지내냐, 만나는 사람은 있냐, 주로 나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물어 보셨다. 나는 여전히 상대편의 사정에 대해 묻는 것이 어색하고, 배려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그저 물어보는 대로 대답하고 말이 나오는 대로 자유롭게 말씀을 드렸다. 타이밍 좋게 종이 가방과 함께 준비해온 것을 전달을 드리니 그런 기기를 엄청 신기해 하셨다. 나도 원룸에 보관해놓기만 하고 실제로 쓰지 않고 있어서 어떤 느낌인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광복절 연휴에 한번 꺼내서 시험적으로 돌려보려고 한다.

내가 출판사에 있으면서 한계라고 느꼈던 점들을 고스란히 신차장님도 갖고 계셨다. 자본주의 사회인데, 해가 거듭할수록 뭔가 모이거나 늘어나지 않고 소모성으로 자신의 시간이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는다거나, 사무실에 꼭 붙어 있어야 하고 편집자인데 독자 지원(길벗 R&D와의 미묘한 관계 또한 얽혀 있음) 때문에 업무에 많은 방해를 받는다고 하셨다.

그리고 점심을 드실 때는 1일 1식을 여전히 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그 때문인지 내가 기억하는 작년의 차장님과는 다르게 혈색이 아주 좋아 보였다. 나도 기뻤다.(오히려 내가 문제인 듯… 아예 운동할 생각을 못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무력. Fitbit을 활용해야…)

힘든 일이 많지만 이를 이야기할 사람이 없어서 힘들다고 하시는 걸 보고 ‘아, 나도 그런데…’ 라고 생각해 이 기회(?)에 근 몇달 간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홀로 서야 할 시기이기도 하고. 하지만 힘든 것은 힘든 것. 일 이야기이기에 가족들이나 회사 내 사람들에게 말을 꺼내기 힘들다고 했다.

신차장님 힘내세요. 저도 좀 더 가다듬겠습니다.

덧. B부장님도 드려야 하는데. 휴가 쓰신다고 해서. 언젠가 시간이 남을 때 이곳에 지난 한 달 간의 이야기를 적을지도 모르겠지만, 무의미하게 옛 기억을 파헤쳐 아픔만 늘리는 일을 하지 않기로 했다. 힘이 생기면 그때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물론 소소한 기억들이야 다 날아갔겠지만, 좀 더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이전의 나를 되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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