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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ax:

난 우리나라의 재벌경제체제에는 어떤 희망도 가지고 있지 않다. 대기업이라고 하지 않고 이들을 재벌이라고 부르는 맥락도 같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이라고 하면 시장을 개척하고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을 말한다. 이렇게 파이를 키우고 커진 파이를 나누는 기업, 그래서 결과적으로 산업 전체의 발전을 꿰하는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재벌은 지금까지 중소기업이 키운 시장을 빼았는데에만 혈안이 되어 왔다. 승자독식주의. 이기는 자가 모두 갖는다. 그래서 서로 사는 방법 보다는 출혈경쟁을 통해 상대를 죽이는 것에만 골몰한다. 우리나라 재벌은 안하는 것이 없다. 건설사야 비자금 축적에 가장 좋은 수단이니 어느 재벌이나 다 가지고 있다. 현대자동차에서 현대차 건설부문 엠코를 만드는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다. 또 이제는 빼앗을 중소기업의 시장도 없기 때문에 서민의 일자리까지 강탈하려한다. SSM(Super Supermarket)은 별것아니다. 재벌이하는 구멍가게다.

현재의 이동통신 시장은 SK, KT, LG라는 세개의 재벌이 쥐락펴락하고 있다. LGT는 통신 삼사중 꼴찌라 작년부터 통신사의 독과점을 깨려는 노려을 조금 하고 있다. 물론 이 부분은 LGT의 살려는 몸부림일 뿐 기본적으로 재벌의 속성을 버린 것은 아니다. 또 LGT는 만년 꼴찌라는 패배주의에 물들어 있기 때문에 다른 무엇 보다도 이런 패배주의를 극복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나마 SKT와 겨룰 수 있는 회사가 KT이지만 KT재벌의 속성공기업의 속성이라는 두가지 굴레를 쓰고 있다. 따라서 SKT를 잡을 수 있는 역량은 있지만 실행은 상당히 더디다. 오히려 현상유지에 급급한 느낌만 준다.

최근 KT는 휴대전화와 인터넷 전화를 결합한 상품을 출시(FMC)했다. 평상시에는 휴대전화로 사용하다가 KT AP가 잡히는 곳에서는 인터넷 전화로 전환, 인터넷 전화요금만 내는 상품이다. 스카페를 비롯한 각종 인터넷 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새로울 것도 없는 상품이다. 물론 FMC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휴대폰과 인터넷 전화 기능을 가진 휴대폰을 사용해야 한다. 이 부분은 KT가 상당히 창의적인 생각을 한것 같지만 아니다. 어치피 시간이 지나면 다 빼았길 유선 시장을 지키기 위한 현상유지의 방편일 뿐이다.

그런데 여기에 SKT가 나섯다. 역시 창의력은 밥말아 먹은 SKT 답게 KT의 FMC에 초를 칠 목적으로 FMS라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SKT의 FMS 서비스는 일반 휴대폰으로 밖에서 휴대폰으로 사용하고 집에서는 같은 휴대폰으로 인터넷 전화 요금만 내는 기지국 중심의 결합 상품을 출시했다. 따라서 기존의 요금제만 바꾼 상품으로 보면된다.

다만 적어도 외형만 보면 SKT의 상품이 훨씬 매력적이다. 사무실에 주로 있는 나는 사무실의 기지국을 등록하고 집에 주로 있는 아이 엄마는 집의 기지국을 등록하면 두 사람의 휴대폰 통화는 거의 대부분 인터넷 전화요금만 납부하면 된다. 또 기지국의 반경이 500m에서 1Km는 되기 때문에 시골이라면 어지간한 지역은 인터넷 전화 요금으로 통화가 가능하다.

그런데 역시 우리나라 재벌에게 고객은 단지 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무척 좋은 서비스인 것 같지만 그 안쪽을 들여다 보면 오로지 현상 유지만 하려는 KT 보다 더 한심한 작태가 보인다. SKT의 음성통화 할인율은 40%라고 한다. SKT의 평균 ARPU가 2’1600이고 FMS 서비스를 이용하면 8610원이 할인되기 때문에 39.9%의 할인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FMS 서비스를 쓰기 위해서는 기본료 2000원이 들어간다. 따라 8610에서 2000원을 빼면 실제 할인되는 금액은 6610원으로 30.6%에 불과하다. 더 재미있는 것은 SKT는 할인율을 계산하면서 무선에서 유선으로 전화를 거는 비율을 80%, 무선에서 무선으로 전화를 거는 비율은 20%로 잡아 계산했다고 한다. SKT의 자료에 따르면 실제 휴대폰 사용자의 전화비율은 무선에서 무선이 84%, 무선에서 유선의 비율이 16%이기 때문에 이 비율을 적용하면 할인액은 4000원대로 줄어들며, 여기에 기본료 2000원을 빼면 할인율은 11%에 불과하다고 한다.

더 웃긴 것은 SKT가 이런 산법을 이용한 배경이다. 자사의 통계에 무선-무선이 84%이고 무선-유선이 16%임에도 불구하고 무선-유선을 80%, 무선-무선을 20%로 잡은 이유는 바로 KT의 FMC 서비스에서 유, 무선의 비율을 그렇게 잡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문제는 KT는 실제 무선-무선을 80%, 무선-유선을 20%로 잡아 할인율을 계산하고도 발표자료에 실수로 반대로 적은 것이라고 한다.

SKT를 창의력은 밥말아 먹은 기업의 첫번째로 꼽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SKT는 시장을 지배하는 지배 사업자이다. 그 지배사업자하 하는 짓이 서비스 베끼기이다. KT에서 FMC를 내놓자 잽사께 배껴 내놓은 서비스가 FMS다. 그런데 베끼는 것도 틀린 것을 배꼈다. 즉, 검증도 하지 않고 배꼈다는 뜻이다. 생각하는 사람을 로뎅이라고 적으니 옆에있는 사람은 오뎅, 그 옆에 있는 사람은 뎀뿌라, 그 옆에 있는 사람은 어묵이라고 적었다는 우스개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예전에 오즈에 관련된 글을 쓸 때 LGT 관계자와 직접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LGT는 후발 주자로서 나름대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왔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휴대폰을 이용해서 금융결제하는 서비스다. 당시 SKT는 모네타 카드를 밀고 있었다. 그러나 LGT의 휴대폰 결제 서비스가 인기를 끌자 바로 같은 서비스를 내놨다. 그런데 LGT가 가장 먼저 만들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없다. 이번 FMC와 FMS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서비스를 배끼는 것은 정말 쉽다.

특히 시장 지배사업자다. 당연히 돈도 많다. 그러면 서비스를 배끼는 것은 정말 쉽다. 꼴찌가 아무리 자기가 만들었다고 주장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등만 기억한다. 아마 SKT처럼 창의력이 없는 기업이 승승장구할 수 있는 이유는 일등만 기억하는 우리 사회의 풍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는 아름다운 꼴찌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수 있을 때, 결과 보다는 그 과정을 보는 사람이 많을 때, SKT처럼 창의력이 없는 기업은 사라진다.

혁신 우리의 삶 때문일 수도 있다.

난 지금까지 SK가 인수해 성공한 사업을 본적이 없다. 한국이동통신과 대한석유공사를 인수해서 말아먹지 않은 것은 이 두 기업은 모두 독과점 상태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만드는 쇼핑몰마다 망했다. 검색엔진도 인수하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싸이월드에 망쪼가 든 것도 따지고 보면 창의력은 밥말아 먹은 SK 경영진 때문이다. 네이버가 펌질로 성공하자 SK도 따라서 통이라는 전문적인 펌질 도구를 만들었다. 그러나 결과는?

역시 역부족이다.

더 웃긴 것은 이런 SKT의 서비스는 KT의 FMC 서비스에 헤살을 놓기 위해 KT에서 잘못 표기한 발표 자료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SKT, 요금할인 KT 틀린내용 배껴][]라는 기사를 보면 이런 점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음성통화 할인율 ARPU 40% 39.9 6610 30.6

M-M 28% M-M 84% M-L 78% M-L 16%

지금은 SK로 알려져 있지만 원래 SK라는 이름은 선경에서 유래한다. 선경은 일제 시대 조선직물을 적산받아 설립된 업체다. 어떻게 적산을 받았는지는 알길이 없지만 아무튼 선경의 모태는 조선직물이다. 선경직물이라는 작은 회사는 7~80년대를 거치면 선경화학, 선경건설, 선경합섬등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내 기억 속의 선경에는 이런 기억이 없다.

난 선경이라고 하면 선경 스마트 자전거외에는 아는 것이 없었다. 아마 내 연배의 사람들이라면 장학퀴즈라는 프로와 이 퀴즈 프로의 후원사로 우승자에게 장학금과 자전거를 제공했던 선경 스마트 자전거를 기억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전두환 시절 알짜 기업인 대한석유공사를 인수하며 대한석유공사의 이름을 유공으로 바꾼다.

또 노태우 시절에는 역시 알짜 기업이었던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며 재벌의 반열에 오른다. 이외에 비디오 테잎과 디스켓으로 유명했던 SKC가 있지만 SK를 오늘날의 SK로 만든 것은 역시 대한석유공사와 한국이동통신이 아닌가 싶다. 적어도 내 기억 속의 선경은 작은 기업이었고 지금처럼 재벌로 군림하는데에는 정부로 부터 두개의 알짜 기업을 유치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SK 최태원 회장의 부인이 노태우 전대통령의 딸 노소영씨이니 한국이동통신이 어떤 과정을 통해 선경에 넘어갔을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알짜 기업인 인천공항을 자신의 조카에게 넘기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재벌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을 환영한 이유는 이런 알짜기업을 정말 싼값에 불하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 하나 와 닿는 문장들… 도아님 덕분에 생각에 빠지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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